따뜻한 푸른색으로 물든 '마치다'가 보여주는 장밋빛 세상

[프리뷰] '마치다군의 세계' / 11월 12일 개봉 예정

한별 | 기사승인 2020/11/06

따뜻한 푸른색으로 물든 '마치다'가 보여주는 장밋빛 세상

[프리뷰] '마치다군의 세계' / 11월 12일 개봉 예정

한별 | 입력 : 2020/11/06 [16:30]

▲ '마치다군의 세계' 포스터.  © (주)디오시네마



[씨네리와인드|한별] "사랑은 어떤 느낌이야? 좋아하는 것과 어떻게 달라?"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관객의 나이대라는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을 작품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마치다군의 세계'는 너무나 소중한 작품이었다. 

 

실수투성이에 특별히 잘하는 건 없지만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가 넘치는 소년 '마치다(호소다 카나타)'. 모두를 좋아하는 그에 앞에 어느 날, 모두를 싫어하는 '이노하라(세키미즈 나기사)'라는 소녀가 나타난다. 그런데 이노하라에게는 다른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반짝이는 감정을 느낀다.

 

어린 시절 우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경험이 있는 마치다는 매순간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감정을 아는 것은 아니다. 모두를 좋아한다는 게 곧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라도 느끼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그였기에 누군가를 단순히 좋아한다는 것 이상의 감정을 느끼자 답답하고 괴로워한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마치다와 같은 반인 '이노하라'는 사람이 싫다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 단순히 거리를 둔다거나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고 '싫어한다'. 그런 이노하라는 우연히 다른 학급의 질 나쁜 무리와 자신이 엮이게 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마치다에게 화를 낸다. 모두에게 소중하다고 말하며 신경 써주는, 안 좋게 말하면 모두에게 참견하는 마치다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하기도 한다. 

 

'마치다군의 세계'는 학원물에 속하기는 하지만, 여느 영화처럼 주류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아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동명의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마치다군의 세계'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이별까지 7일' 등을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이 연출했다. 순정만화이다 보니 이시이 유야 감독은 순정 만화의 현실감 떨어지는 요소들을 없애지 않고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만화의 순수함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관객의 나이대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듯하다는 것은 이러한 점에 있다. 순정만화의 순수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현실성은 떨어지고, 젊은 세대가 아니라면 크게 공감하기가 힘들다. 과장된 행동들도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마치다 주변의 사건들이 크게 감정적으로 굴곡이 심하지 않기에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비현실적이기에 순수하려 해도 관객의 마음에는 다소 와 닿지 못할 수 있는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호불호의 측면에서 '호(好)'가 되느냐, '불(不)'이 되느냐는 관객의 몫에 따르는 면이 강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만화를 실사화로, 즉 현실로 가져오려다보니 드러나는 한계점도 있지만 지금 글을 쓰는 필자는 '호'의 측면이 '불'의 측면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다. 첫사랑의 설레는 마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담백하고 천천히 스며든다. 조급하지 않아서 좋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천천히 물들어가는, 마치 하얀 도화지를 영화 포스터처럼 옅은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채우는 느낌이었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사소하고 잔잔하게 웃음을 주는 점도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소소하지만 따뜻한 여러 사건에서의 대사들은 소소한 웃음을 준다. 이와 함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모두 주인공을 좋아한다. 악당이라 할 만한 캐릭터가 없는 점은 영화의 분위기를 비교적 잔잔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따뜻한 감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훨씬 더 많이 채울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이와타 타카노리가 맡은 '히무로 유'가 그나마 초반부 악역에서 시작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치다와 친구가 되는 '히무로'라는 캐릭터는 마치다와 이노하라의 교차되는 시작점을 만드는 역할에 더 가깝다. 

 

마치다는 히무로의 여자 친구였던 사쿠라(타카하타 미츠키)의 마음을 함부로 짓밟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타인의 감정의 가치를 판단하기에 앞서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히무로 외에도 마치다로 인해 세상을 보는 법을 익힌 이는 또 있다.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찍어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 요시타카는 마치다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며 세상을 푸른색으로 보는 마치다의 세상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마치다의 세계는 악의가 아닌, 따뜻함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 '마치다군의 세계' 스틸컷.  © (주)디오시네마

 

그 따뜻함으로 가득한 마치다의 세계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존재가 된 인물은 따로 있다. 자신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 준 '이노하라'라는 존재다. 처음에는 이노하라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마치다에게 '세상'이란 특정한 색으로 칠해져 있지 않는 곳이다. 어떤 색으로 그 세상을 칠하는지는 자신의 몫에 달려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들이 모여 사랑이 되듯이 마치다도 점차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알아간다. 

 

관객들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기도 하는 마치다의 순수한 사랑이 성공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 마치다와 이노하라 역의 배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지점에 있어 특정한 색으로 물들지 않은 두 명의 신인 배우는 제 몫 그 이상을 톡톡히 해낸다. 1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마치다 역의 호소다 카나타, 이노하라 역의 세키미즈 나기사는 아직 빛나지 않은 백색의 매력을 뽐낸다. 히로세 스즈를 닮기도 한 듯한 배우 세키미즈 나기사는 필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이의 얼굴을 떠올리게도 했다. 싱그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따뜻한 감성과 두 신인배우가 만나 펼쳐지는 마치다군의 세계에 한 번, 두 번, 세 번은 빠져 허우적거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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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0.11.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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