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것은 상실과 상처뿐이었다

[프리뷰] '쿠오바디스, 아이다' / 5월 19일 개봉 예정

장연희 | 기사승인 2021/05/20

전쟁이 남긴 것은 상실과 상처뿐이었다

[프리뷰] '쿠오바디스, 아이다' / 5월 19일 개봉 예정

장연희 | 입력 : 2021/05/20 [11:20]

[씨네리와인드|장연희 리뷰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1995,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평화로운 번영만이 남아있을 것 같던 이 시기에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에는 총성이 빗발쳤다. 안전지대로 선언되었으나 우리를 지켜주기로 했던 사람들은 모두 손을 놓아버리고, 들이닥치는 세르비아 군대에게 속절없이 운명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스레브레니차 주민들. 그 가운데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다를 통해 <쿠오바디스, 아이다>는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포스터  © 엠엔엠인터내셔널㈜

 

아이다의 간절함

 

유엔 기지의 통역사로서 열심히 자신의 일에 임하지만 그런 아이다도 정작 가족들을 지키는 데 있어선 유엔 관련자이기보다는 보스니아인 중 한 명일 뿐이어서, 세르비아 군이 마을을 점령하자 그는 그저 가족들이 사람들과 함께 안전히 대피소로 오기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겨우 만난 가족들조차 기지 안으로 들여오기는 쉽지 않다. 기지 안에서도 마음 놓고 있을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시시각각 나쁘게 흘러가자 어떻게든 가족들을 살려내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다니며 부탁하고, 애원한다. 자신이 유엔에서 일하고 있으니 가족들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간절한 마음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야 만다. 전쟁은 저들이 일으켰는데, 그 속에서 괴로운 건 아이다였다.

 

믿음이 깨졌다

 

안전지대라 선언했던 것이 무색하게 유엔은 스레브레니차에서 발생하는 일에 손을 떼고 만다. 세르비아 군이 마을을 점령하고, 기지를 장악하고, 사람들이 탈것에 실려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끌려가는 동안 손쓸 도리 없이 지켜보았던 유엔군. 분명 그들에게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있었겠지만, 최후의 방어선 밖으로 밀려 나간 주민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시간도 의지도 완전히 잃어버렸다. 여성과 아이들은 버스에, 남성들은 트럭에 몸을 싣지만 이 바퀴가 향하는 곳이 삶으로 가는 길인지, 죽음으로 가는 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어렴풋이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이 아마 틀린 예감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

 

추억조차 빼앗기다

 

마을을 점령한 세르비아 군은 스레브레니차 사람들의 흔적을 지워나간다. 깃발도, 도로명 표지판도, 그 어느 것도 남기지 않으려 한다. 그들이 스레브레니차를 지워가는 동안 주민들 또한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피난길에 오르면서 소중하게 챙겨온 가족사진이었지만 혹여 이 사진이 남아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진 않을까 걱정되어 아이다와 가족들은 사진을 찢고 일기장도 찢어 태운다.

 

전쟁은 다 같이 춤을 추며 웃고 떠들던 기억과 그들의 터전, 사람까지 모두 앗아가고 겨우 남은 편린조차 제 손으로 지워버리게 만든다. 소중한 것이 사라져버린 이들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온전한 삶일 수 있을까?

 

전쟁은 참혹하다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진 남성들은 빈 방으로 몰아넣어진다.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두 알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예정된 결말을 기다리며 울음을 참고, 서로를 바라보는 일밖에 없다. 차라리 총을 들고 맞서 싸워볼 기회라도 있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그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칠 기회조차 상실한 채 머리 뒤로 손을 올리고 꼼짝없이 쏟아지는 총알을 받아내었다.

 

▲ 영화 '쿠오바디스, 아이다' 스틸컷  © 엠엔엠인터내셔널㈜


영화는 통역사 아이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관객들에게 단지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역사를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다의 발걸음과 감정을 따라가며 인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이 도덕과 인간성을 스스로 내팽개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 트라우마는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는지 보여주며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진다. 전쟁의 명분이 무엇이 되었든 그 끝에 남는 것은 죽음과 슬픔, 트라우마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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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희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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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5.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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