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4주년: 96만의 잘 된 영화

'불한당'(2017), 변성현 감독

한지나 | 기사승인 2021/06/04

불한당 4주년: 96만의 잘 된 영화

'불한당'(2017), 변성현 감독

한지나 | 입력 : 2021/06/04 [10:10]

▲   메가박스 홍대점 불한당 4주년 특별 상영 현장  ©한지나

 

[씨네리와인드|한지나 리뷰어] 2017년 개봉한 변성현 감독의 영화 「불한당」이 지난 517일 개봉 4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개봉일을 기념해온 <불한당>, 이번 해에는 메가박스 홍대점이 나서 12일부터 18일까지 <불한당> 특별 상영을 추진했다. 특히 4주년 당일인 517일은 오후 517분에 맞추어 영화를 상영하며 관객에게 추억이 될 상영을 선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4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테이블 일명 생일상을 준비했고 영화를 관람하고 음료를 구매하는 관객에게 불한당 컵홀더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팬의 관심을 모았다. 영화 <불한당>2017년 개봉 이후 끈끈하고 단단한 팬덤을 형성하며 그 인기를 이어왔는데 실제로 코로나 이전인 2주년까지는 배우와 감독이 함께하는 대관 행사를 진행해 식지 않는 열정을 뽐내기도 했다. 해마다 팬덤이 자체적으로 개봉일을 기념하는 영화라니 이례적이고 주목할만한 일이다.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불한당>이 극장에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흥미롭고 다각적인 연유를 파헤쳐보자.

 

느와르의 탈을 쓴 스타일리쉬한 멜로

 

▲ '불한당' 스틸컷     ©CJ ENM

 

누군가는 <불한당>을 향해 영화판에 널리고 널린 지겨운 느와르라 손가락질하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변성현 감독을 포함한 수많은 팬은 입을 모아 <불한당>을 느와르의 탈을 쓴 멜로라 칭한다. 그것도 아주 스타일리시하고 깔쌈한 멜로. 변성현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누이 <불한당>을 만화적으로 표현하고자 힘썼다고 밝혔는데 그의 유별나고 비범한 의지가 영화를 깔쌈함으로 무장한 느와르멜로로 거듭나게 했다. 우선 <불한당>에서는 한국 느와르 하면 떠오르는 투박하고 촌스러운 차림새의 건달, 쇠파이프와 각목을 동원한 패싸움의 향연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멋스럽게 차려입은 쓰리피스 슈트의 주인공과 미학을 고려한 액션신이 남아있다. <불한당>의 두 주연은 감옥에 있는 순간마저 구겨지지 않은 스타일을 유지할 뿐 아니라 맞춤형 슈트로 무장해 고혹적인 미모를 뽐낸다. 또 감옥의 짝짝이 대회신부터 최선장 액션신까지 한국이라는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만화적인 영화를 완성해 색다른 맛을 선보였다. 여기에 감각적인 색감과 세련된 밴드 베이스 음악까지 합세해 <불한당>은 이전의 한국 느와르에서 볼 수 없던 맵시를 갖추게 되었다.

 

그렇다고 <불한당>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이 텅 빈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No'. '자기는 멍도 예쁘게 든다', ', 나 경찰이야',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상황을' 등 다채로운 언어로 채워진 <불한당>은 대사의 맛이 살아있는 영화다. 그리고 이 대사의 맛을 설경구, 임시완의 두 주연이 멋스럽게 소화해낸다. 먼저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연기 인생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거칠고 투박한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던 이전의 연기 방식과 다르게 적당히 부드럽고 탁월한 완급조절을 통해 한재호를 치명적이면서 동시에 곰살궂은 마성의 캐릭터로 빚어냈다. 아이돌의 스타성을 간직했던 임시완은 적재적소에 스타성을 활용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뛰어난 연기자로 변신했다. 특유의 곱상한 외모로 조현수라는 캐릭터에 당위성을 부여하면서도 격정적인 감정연기와 강렬한 액션을 출중하게 소화해 자신만의 무게를 더했다. 뿐만 아니라 찌질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조병갑역의 김희원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가진 독한 악역을 보여준 천인숙역의 전혜진까지 입체적인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불한당>은 스타일에 캐릭터를 더해 괸객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의심의 여지없이 범죄자들을 담아낸 느와르인 이 영화가 멜로 영화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불한당>은 언뜻 보면 두 남성의 의리와 신뢰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의 개연성을 구축하는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불한당>의 서사는 사랑이 있어야만 매끄럽게 날개를 달고 달려 나갈 수 있는 서사다. <불한당>은 첫눈에 반한 상대를 신뢰하고 사랑하게 된 관계에서 비롯되는 비극에 관한 이야기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정을 그린 것이냐는 물음에 감독은 사랑이라고 못을 박았고 주연 배우 또한 사랑에 초점을 두고 연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두 주연의 눈빛연기나 색을 활용한 연출은 멜로 영화의 전형이다. 영화 속에서 노란색은 재호를 파란색은 현수를 상징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호는 점점 파랗게 물들어간다. 현수라는 인물에게 젖어들며 자신이 가졌던 가치관과 철학이 무너져 내리는 재호를 색으로 상징화한 것이다. 현수를 감아보겠다며 잔혹한 결정을 내렸던 재호이지만 실은 본인이 현수에게 감겨버렸고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신뢰하고 싶은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불한당>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들며 역전되는 관계의 파국을 그려낸 느와르의 탈을 쓴 멜로다

 

팬덤으로 완성된 잘 된 영화

 

▲ '불한당' 스틸컷  © CJ ENM

 

이처럼 한국영화에서 경험할 수 없던 느와르멜로의 장을 연 <불한당>은 칸영화제 비경쟁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아 박수세례를 품에 안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또 영국, 이탈리아 등 총 128개국에 판매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국내의 흥행성적은 100만에도 미치지 못해 그야말로 참패였다. 망한 영화 <불한당>잘 된 영화로 이끈 것은 <불한당>에 빠진 관객들 일명 불한당원의 힘이었다. 앞서 언급한 <불한당>의 매력적인 전개에 영화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이 생겨났고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불한당원은 자체적으로 대관 행사를 진행하며 ‘N차 관람을 이어나갔고 공식 굿즈가 아닌 수많은 비공식 굿즈를 생산해냈다. 그들의 뜨거운 화력 덕에 <불한당>의 존재도 모르던 일반인조차 대체 불한당이 뭔데?’하고 관심을 가질 수준이었다. <불한당>이 이렇게까지 팬덤을 끌어모을 수 있던 까닭은 앞서 밝힌 여러 매력과 더불어 영화 곳곳에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 데에 있다. 색 연출을 비롯해 성경 모티브, 포스터에 관한 해석 등 불한당원은 머리를 모아 영화를 보고 또 보며 다채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전문적인 분석 수준에 이르는 해석 덕분에 영화는 더 풍성하고 호화로워질 수 있었다.

 

개봉 당시 93만에 머물렀던 <불한당>은 불한당원의 계속되는 사랑과 애정 덕분에 현재 96만까지 관객수를 늘렸다. 미미한 숫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식적인 상영이 종료된 영화가 계속해서 스코어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불한당원은 숫자로 환산되는 돈벌이 수단인 관객을 넘어서 주체적이고 개별적인 관객의 특수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기울어져 가던 <불한당>을 일으켜 세우며 영화의 존재가치를 입증했고 잘 된 영화 불한당신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 신화는 화력을 잃지 않고 유지되며 감독과 배우를 감동시켰고 1주년, 2주년 행사까지 함께하며 팬들의 사랑에 응답했다. 감독과 주연배우뿐 아니라 조연을 포함한 영화를 만든 모든 구성원은 겸손하게 불한당원의 사랑에 감격하며 그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자 애썼다. 지난 3주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기획했던 3주년 행사가 취소되었고 이에 변성현 감독은 3주년을 축하하는 배우들의 사진을 모아 SNS에 게시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불한당> 이후 이전에 없던 팬덤을 형성하며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칭호를 얻은 설경구는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짙은 팬사랑을 표현했다. 불한당원의 무한한 애정은 외사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발전되었기에 가능했다. 알뜰살뜰히 당원을 챙기는 당대표의 모습에 누구도 쉽사리 탈당할 수 없던 것이다.

 

이제는 이 진득한 불한당 신화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경외심의 경지에 이르렀다. 불한당원의 불한당 살리기는 관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던 영화계를 향한 강력한 한 방이었다. 관객은 이제 스스로 목소리를 모아 영화의 흥패를 가를 수 있는 자주적이고 능력 있는 존재로 거듭났다. 100만이 채 되지 않은 이 영화가 영화계에서 계속해서 논의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불한당원의 꺼지지 않는 화력에 차후 100만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망한 영화를 잘 된 영화로 만든 불한당의 신화가 관객의 머릿수를 금액으로 환산해 갑질을 일삼는 영화계에 영화의 주인은 관객이라는 진리를 잊지 않게 할 귀감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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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나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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