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 남승석 감독 - 주저 없이 달려가는 청년의 삶 통해 희망과 용기 전하고파

인터뷰ㅣ'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남승석 감독

유수미 | 기사승인 2021/06/10

'무순' 남승석 감독 - 주저 없이 달려가는 청년의 삶 통해 희망과 용기 전하고파

인터뷰ㅣ'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남승석 감독

유수미 | 입력 : 2021/06/10 [11:00]

 

▲ 남승석 감독 사진  © 씨네소파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삶을 만들어나가는 청년의 모습을 담은 영화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스스로의 직감을 믿고 주저 없이 달려가는 권무순 배우의 삶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보내고 있으며,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여정을 통해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를 연출한 남승석 감독과 씨네리와인드가 만났다.

 

남승석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존경하는 면을 가진 이들에 대한 영화다. 권무순 배우와 자신은 계속해서 도전을 한다는 점이 비슷했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끌렸다고. 남 감독은 권무순 배우는 초월적인 건강함과 굉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 점이 존경스럽다고도 말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 일상 속의 평범함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은 남승석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구현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잘 살아남아야 하며, 그런 세상이야말로 가장 좋은 세상"이라고 언급했다. 덧붙여 그러한 세상을 간절히 소망하고 꿈꾼다며 자신의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스틸컷  © 씨네소파

 

Q. 권무순 배우를 어떻게 캐스팅하셨는지 묻고 싶다.

 

권무순 배우는 저희 동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에서 일하시던 분이었다. 저는 그 매장을 자주 찾는 손님이었는데, 당시 1980년대 대학을 다닌 50대의 두 분을 다룬 전작 <하동 채복: 두 사람의 노래>에 이어서 현재의 한국에 사는 20대를 영화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청년은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다. 권무순 배우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중에도 늘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20대의 청년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면모로 빛나는 순간들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권무순 배우를 발견하고서도 6개월 이상을 지켜보면서 계속 고민을 했다.

 

그런데 네 달이 지났는데도 똑같은 모습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사실, 활달하면서도 지구력 있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니까. 어느 날은 샌드위치를 주문하는데 권무순 배우의 눈에 멍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혹시 복싱하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아셨죠?”라고 답을 하셨다. 얼굴에 난 멍은 일종의 스펙터클의 자국과도 같은 것인데, 그 순간 권무순 배우를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다음날 다큐멘터리 촬영을 제안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락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밴드를 하는지, 바둑을 하는지, 달리기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Q. 권무순 배우는 바둑, 체육, 음악, 식당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하였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다.

 

권무순 배우가 저에게 “적당히 가난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저는 완전히 가난해서 차라리 편했던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제가 운이 좋은 건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적어도 이렇게 해볼 걸 하는 후회는 없어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권무순 배우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초등학교 시절 바둑에서 배운 교육, 그리고 자기관리에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바둑도장은 승부의 세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철저히 지속적인 승부사를 키우는 곳이다. 그곳에서 자기 주도 교육, 이겨도 웃으면 안 되는 예절, 상대의 강함보다 나의 모자람을 복기하는데 집중하는 것, 선택에 책임지는 자기관리, 그리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실현 가능한 계획을 짜는 구현 능력을 배운 것 같다.

 

Q. 권무순 배우의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다면.

 

권무순 배우는 자기관리와 교육능력이 뛰어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등학교 때 바둑도장을 다니면서 배운 기본자세 때문인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권무순 배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바둑은 승부의 세계다. 250수 두는데 248수까지 이겨도 한수 실수해서 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탓을 하면 혼이 많이 난다. 너의 실수고, 승부의 세계에 물리는 것도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배워서 그런지 바둑을 그만 둘 때도 내가 부족해서라는 마인드를 가졌고, 실력적인 한계를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권무순 배우의 바둑에 대한 태도는 권무순 배우의 삶에 그대로 적용이 된 것 같다. 바둑을 배우면서 무엇을 얻으려면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깨끗이 포기하고 버리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자세를 어릴 때부터 익혔던 것이 아닌가 싶다.

 

▲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 포스터  © 씨네소파

 

Q. 권무순 배우는 ‘나’를 계속해서 찾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감독님께서 생각하실 때,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권무순 배우의 말 2가지가 있다. 첫째, 독립예술영화는 힘든 과정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의 사업이 아니라는 말에 대한 권무순 배우의 대답이다. “재미없는 드라마라도 끝이 난다면 나는 끝까지 볼 수 있다.” 둘째, 안전제일이라고 붙어있는 공장 잠바를 입고 학교에 다니자 친구들이 놀렸을 때에 관한 권무순 배우의 대답이다. “입어보라고 했어요. 따뜻하다고요.”


옷은 계급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자기표현의 수단일 수도 있지만, 잠바는 근본적으로 따뜻하려고 입는 거다.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이상을 향해가는 숭고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통시적인 개인을 담고자 시도했던 것처럼 자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있지만 나의 미래에도 있을 것이고, 어떤 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누구나 각자를 괴롭히는 어려운 상황이 있을 텐데, 그 속에서 참고 견디며 매 순간 공정한 관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잠시라도 해방의 순간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축복이며 행복인 것 같다. 비록 그 순간이 도래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을 꿈꾸는 것을 지속하며 자기관리를 하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성찰적이며 나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수행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자아'란 나를 찾는 과정으로서 어려운 세상 속에서 정말 중요한 본질적인 하나만은 놓치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같은 것이다.  

  

Q.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로 제목을 지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촬영 당시의 권무순 배우는 음악가로서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수원에서의 여정에서도 아버지 카페에서의 음악들을 이야기했고. 어느 날, 권무순 배우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해달라고 이야기했더니, 비틀즈의 “Accross the Universe”를 대답했다. 그래서 제목 앞에 “권무순”의 이름을 붙여서 <무순, 세상을 가로질러>라는 영화 제목을 만들었다.

 

권무순 배우를 캐스팅하는 시점에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삶을 잘 살고 있고, 삶을 잘 살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구현하고 있구나!” 사실 이것이 되게 평범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저 자신의 모습을 지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고, 그런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라도 그 친구가 굉장히 특별해 보였다. 주변에 이야기했더니 하나도 특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제 눈엔 너무나도 특별했다. 그래서 제목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Q.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부산부터 서울까지 달리는 과정에서 '서울->부산' 또는 '부산->서울'까지 걷거나 뛰는 청년들과의 우연한 만남이 인상 깊었다. 권무순, 박태원 배우가 직접 촬영을 하거나 혹은 촬영감독이 짐벌을 들고 같이 뛰며 다른 청년들과 우연히 만나는 장면들을 직접 촬영했다. 지금 40대나 50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 지리산 종주 같은 것들을 했다. 단체로 모여서 어떤 행사의 일환으로 국토 대종주 같은 경험을 하기도 했고. 그런데 요즘 청년들은 과거의 우리들처럼 팀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자연스럽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이러한 것이 비슷한 또래 청춘들이 젊음을 사유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급격한 경제 성장기의 단조로운 성장 지향이나 공동체 중심의 사고를 벗어난 세대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자연과 생태환경을 통한 자연과 삶, 청춘의 초월적 건강함에 대한 추구가 그들의 도전정신과 용기의 단초가 되어준 것이 아닐까.

 

Q. 차기작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20대, 50대, 80대의 세대별 초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지금 이 시대를 다큐멘터리로 포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많이 잊힌 단어이지만, ‘아시아의 용’, ‘한강의 기적’과 같은 급속화된 산업화 시대를 거친 우리나라의 특성 때문인지, 혹은 원래 그런 것인지, 세대 간의 뚜렷한 차이와 문화적 거리감으로 인한 소통의 벽 같은 것이 견고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전작 <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이후로 초상화 다큐멘터리를 세대별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하게 되었다. 가깝게는 존경스러운 면모를 가진 일상의 영웅과 같은 개인들에 대한 영화적 초상이자, 멀게는 인터뷰에 기반을 두면서, 주인공의 집과 중요했던 공간들을 중심으로 세대의 의식구조를 영상으로 형상화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차기작으로는 전쟁 전 한국과 한국전을 모두 경험한 세대인 80대의 한 분을 모시고 싶었는데, 2021년 현재 80대 여성과 그녀의 가족, 동물, 식물을 생태적으로 포착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의 작은 소망은 이 작품이 큰 문제 없이 완성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유수미 객원기자sumisumisumi123@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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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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