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 시각의 차이

심영화 「그만 좀 하소」, 강대희 「불 좀 주소」

유수미 | 기사승인 2021/07/13

역지사지(易地思之), 시각의 차이

심영화 「그만 좀 하소」, 강대희 「불 좀 주소」

유수미 | 입력 : 2021/07/13 [12:00]

[씨네리와인드|유수미 객원기자]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언행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각은 크게 '가해자 시각'과 '피해자 시각'으로 나눌 수 있다. 가해자 시각은 자신의 이익에 집중할 때, 배려와 이해를 중시하지 않을 때 나타나며, 이는 특히 군중이 밀집되어 있을 때 빠르게 퍼져나간다. 피해자 시각은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고 여겨질 때, 상대방으로 인해 진심이 무너질 때 나타난다. 그리하여 문제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개인이 먼저 역지사지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지사지'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라는 뜻의 고사 성어로, 상대방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 말과 행동을 하기 이전, 자신의 언행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하며, 이미 행동으로 옮겼다면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며 되짚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래 두 영화 <그만 좀 하소>, <불 좀 주소>는 가해자 시각과 피해자 시각이 뚜렷이 구분되어 있는 영화로,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그만 좀 하소> / 심영화 감독 

 

▲ '그만 좀 하소' 스틸컷  

 

소의 열띤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관중석에 몰려 있고, 소싸움은 어느새 전통으로 규정되어버렸다.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승리를 거둔 자들은 돈을 거머쥐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소들은 원치 않는 싸움을 하며 버티고 있고, 경기장 뒤에서 피를 쏟고 아파하며 눈물을 흘릴 뿐이다. 경기를 즐기는 이들은 소싸움을 전통과 문화로 보고 있는 반면, 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소싸움은 가슴 아픈 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의견 충돌은 다름 아닌 시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데, 그래서 감독은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한 번만, 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그리고 '소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말이다. 이에 더해, 경기장에서 보이는 열렬한 전투보다 소들의 울먹거리는 눈망울, 울부짖는 소리, 피투성이가 된 상처 등에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열띤 싸움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즐기는 경기장 안에 과연 그들의 동의는 있었는지, 경기를 끝낸 후 그들의 마음은 어땠는지 등 적어도 한 번쯤은 입장을 바꿔서 헤아려 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소싸움은 전통문화라는 이유로 동물보호법에서 예외로 지정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윤리의식과 더불어 법에 관련한 문제도 영화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감독은 과연 '원래 그러했으니까, 모두가 그래왔으니까.'라는 일차원적인 이유로 법을 제정시키는 것이 합당한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서 소싸움에 관련된 동물보호법을 새로이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내고 있는 바이다.

 

<불 좀 주소> / 강대희 감독

 

▲ '불 좀 주소' 스틸컷  

 

기타를 멘 남자는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에게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이야기하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한다. 하물며 자신의 노래를 들어줄 순 없을까 부탁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화'뿐이다. 결국, 기타남은 허망함을 못 이기고 물속으로 투신하며, 영화는 씁쓸히 막을 내린다. '불 좀 주소'는 이중 프레임으로 나누어 담배남과 기타남을 보여주는데, 이는 가해자 시각, 그리고 피해자 시각이 담긴 시각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언어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화자, 즉 '가해자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자신이 내뱉은 언어는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되지만, 청자, 즉 '피해자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굉장한 상처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함부로 내뱉은 경솔한 언행으로 인해 '나'와 '상대방' 모두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며 경거망동의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뜻이 담긴 역지사지의 메시지를 명심하게 되는 것이다. 

 

'불 좀 주소'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냥 이야기했던 것이 상대방에게는 마지막이자 전부일 수 있으므로, 사람을 대할 때는 특히나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동시에 우발적인 사건이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으므로, 사람을 대할 때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여기는 것보다 한 명 한 명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의 입장도 고려하는 것이 맞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배려'와 '이해'에 초점을 둔다면 조금이라도 소통의 교류가 원활하게 흘러가진 않을까 싶다.

 

 

유수미 객원기자sumisumisumi123@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유수미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sumisumisumi123@cinerewind.com

Read More

  • Posted 2021.07.13 [12:00]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