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척점 시네마|'진짜 브라질'의 관점에서 본 제국주의라는 야만성

#1.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How Tasty Was My Little Frenchman, 1971)

류나윤 | 기사승인 2021/11/05

대척점 시네마|'진짜 브라질'의 관점에서 본 제국주의라는 야만성

#1.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How Tasty Was My Little Frenchman, 1971)

류나윤 | 입력 : 2021/11/05 [13:00]

About | 한국에서 정확히 열 두시간 차이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로 파악하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브라질 영화를 탐험한 기록입니다.

 

▲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 포스터.  © Condor Filmes

 

모든 나라의 영화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류나윤 리뷰어각 국가가 제각기 다른 지역에 있고, 지정학적 이유, 역사적 이유 등으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를 영위하고 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역사만큼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주제가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산층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것이 곧 미국의 역사를 구성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계층(계급)과 관련된 문제다. 짧게는 전쟁 이후부터 이루어진 급격한 성장, 혹은 해방 이후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 문제로 경제적 계층이 생겼고 이는 곧 사회적 계층으로 굳어져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사회가 되었다.

 

한국 영화계 역시 그러한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는 2003년도에 개봉한 영화 <올드보이> 역시 '이우진'과 '오대수'라는 캐릭터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 영화계의 의식화는 계속되었고, 결국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은 계층을 다룬 영화, <기생충>에 주어지게 됐다. 이렇듯 영화에는 한 국가의 정체성과 문제의식이 녹아 있고, 그것은 때로 (어쩌면 꽤 자주) 중요한 문화적 재산이 되기도 한다.

 

브라질 시네마의 주인은 원주민

 

브라질 역시 반복되는 주제가 있다. 브라질도 경제 계층 간의 격차가 아주 심각한 국가다. 빈민층의 생활을 고발하는 영화가 브라질 영화의 역사를 주도해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빈곤이라는 한 가지 문제만으로 브라질 영화 전체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브라질의 문화적, 영화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결정적인 단어는 바로 식민지배이다. 브라질은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이나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국가다. 당연히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이는 브라질의 상흔이자 정체성으로 남게 되었다. 따라서 식민지배국이라는 정체성, 토착민정체성이 여전히, 지금까지도 브라질 영화에 남아있다. 이는 2019년도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바쿠라우>에서도 알 수 있다. <바쿠라우>에서는 현시대에도 반복되는 제국주의, 그리고 강대국의 침입을 이야기한다. 더 이상 혁명을 일으키고 다시 좌절하며 반복되는 역사가 싫다는 절실한 외침은 칸 영화제 수상으로 되돌아왔다.

 

대척점 시네마 시작하기

 

오늘 소개할 영화는 브라질 시네마라고 하면 바로 떠오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길고 인상 깊은 이름만큼이나 유쾌하고 재미있게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국주의에 대한 풍자와 카니발리즘이 담겨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브라질에 유럽 탐험대가 세력을 떨치기 시작하던 1500년대, 무리에서 낙오된 프랑스인이 브라질 원주민 부족인 뚜삐(Tupi) 족 무리에 납치되어 먹잇감이 되기까지의 일을 보여준다.

 

▲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 스틸컷  © Condor Filmes

 

다른 브라질 영화와 다른 이유 영화 관람 포인트

 

사실 영화를 많이 봤거나 3세계 영화를 좀 본사람들에게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남미 영화들은 그저 꾸준히 복제되는 작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많이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영화들이 원주민에 가해진 제국주의 국가의 폭력을 고발하는 방식을 택한 것과 다르게, 원주민의 관점에서 권력 관계의 역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프랑스인은 소수자다. 프랑스인임에도 뚜삐 족의 적인 다른 부족과 동맹을 맺은 포르투갈인으로 오해를 받는다. 유럽 언어의 차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 언어는 제대로 구사되지 않고, 뚜삐 과라니 언어가 제대로 보존되어 구현된다는 것은 문화 인류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설정이다) 프랑스인이 살기 위해서는 부족의 규율대로 사는 방법 밖에 없다. 다른 유럽 국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프랑스인을 구해주지 않는다. 원주민들은 프랑스인을 끝없이 이용하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에 사용한 뒤 잡아먹는다. 영화는 내내 원주민 부족 구성원의 입장에서 갖은 애를 쓰는 프랑스인의 볼품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역전된 권력 관계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데,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 그러니까 이 문장 속 화자는 원주민이기 때문이다.

 

▲ '내 작은 프랑스인은 얼마나 맛있었나' 스틸컷.  © Condor Filmes

 

두 번째는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영화는 실제로 원주민 부족에 납치되어 9개월 동안 공동체에서 생활했던 독일인 한스 스타덴(Hans Staden)의 경험적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이 자세히, 기록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는 우선 영화가 인류학적인 사료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300년간의 식민 지배 기간 동안 소멸해버린 토착민의 역사를 재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식인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식인이라는 충격적인 소재에 집중해 그러한 문화를 자극적이고 야만적인 것으로 그리는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자극적인 장면은 최소화하면서도 문화적 맥락에서 벌어지는 식인 행위에 대한 내용을 그럴 듯하게그리고 있다.

 

브라질 시네마 입문을 위한 마음가짐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 대척점에 있는 나라는 그만큼 이곳과 다른 문화를 영위하고 있다. 그런 문화권의 영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때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브라질 시네마를 탐험하기 위한 팁을 주자면, 제국주의에 대한 내용을 베이스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빈부격차, 범죄와 같이 반복되는 테마와 레파토리가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정체성, 빈부격차라는 테마가 이들의 정체성임을 이해하고 본다면, 여러 영화에서 각각의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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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객원취재팀 기자단 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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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1.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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