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형적인 시간, 그 속에서의 선택

Review|'컨택트'(Arrival, 2016)

조혜민 | 기사승인 2021/12/13

비선형적인 시간, 그 속에서의 선택

Review|'컨택트'(Arrival, 2016)

조혜민 | 입력 : 2021/12/13 [16:00]

* 주의!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씨네리와인드|조혜민 리뷰어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그럴 땐 다음과 같은 푸념도 잊지 않는다. '이 선택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래의 내가 나타나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정말로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달라질 것인가? 이에 대한 하나의 생각을 영화 「컨택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컨택트>에서는 언어학자인 여자 주인공 루이스 뱅크스가 지구에 온 외계 물체 헵타포드와 언어적 교류를 한다. 오프닝에서 루이스는 이혼 후 희귀병에 걸린 딸을 잃고 딸을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내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딸을 떠올리며 아파하면서도 평범하게 강의를 하던 어느 날, 외계 물체가 착륙했다는 뉴스를 접한다. 오프닝을 본 관객들은 자연스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헵타포드가 도착하기 이전에 루이스와 딸이 함께 살았고, 딸을 잃은 상실감에 빠진 채 살아가던 도중 헵타포드가 도착한 것으로. 영화를 끝까지 보면 알겠지만, 이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명백한 속임수다. 

 

언어의 순환성은 시간의 순환성으로

 

▲ '컨택트'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사람이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이 영화는 첫 장면부터 스포일러 덩어리다. 내레이션은 '시간'과 '순서'에 대해 언급한다. 내용이 진행되면서도 끊임없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섞으면서 힌트를 주는 센스에 감탄했다. 뿐만 아니라 이안과 루이스의 첫 만남에서 언어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장면, 외계 생명체들은 그들의 언어처럼 생각도 비선형적으로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장면, 루이스의 딸 '한나(HANNAH)'의 이름, 논 제로섬 게임 등 생각보다 많은 장면에서 영화의 시간적 구조에 대한 복선이 제시된다. 결국 <컨택트>는 '외계인과의 접촉'이라는 소재만 가져와 언어와 시간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시간에 대한 영화다. 

 

이는 <컨택트>의 원제목 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국내 개봉 제목이 '컨택트'인 데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루이스는 외계 물체와의 소통 그 자체를 보여주공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외계 물체에 대한 태도는 외계 물체를 고려하지 않고 이기적인 소통 방법을 취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국가 간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외계 물체를 공격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몇몇 국가들과는 달리, 루이스의 소통은 빛났다. 방호복을 벗으면서까지 그들에게 다가가 접촉하고 '논 제로섬 게임'을 논하면서 쌍방향적 관계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국내 제목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다. 무엇보다도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에 맞는 사고체계를 가지게 된다."는 이안의 대사가 루이스의 외계 물체 이해(혹은 소통)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 제목이 'Arrival'인 이유는 시간의 순환성에 있다. 앞서 말했든 영화는 초반부부터 복선으로 가득하다. 현실에서 시간이 선조적으로 흐르는 만큼 언어도 선조적 과정에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 물체의 언어는 순환적이다. 그들은 순환적 언어관을 가졌기에 미래(이 역시 시간의 선형성을 기반으로 한 시제 표현이다)를 볼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러한 내용 요소를 영화 연출에서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여타 영화에서의 일반적인 삽입 장면처럼, <컨택트>에서도 루이스와 딸이 함께 있는 장면이 이야기 진행 도중에 자주 삽입된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 회상처럼 느껴지게도 하고, 딸을 잃은 슬픔에 빠진 루이스의 환상으로 여기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삽입 장면은 기존에 수용된 개념들을 왜곡시키고 미래를 본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낯설게 하기에 성공했다.  과거의 파편들이 아니라 '미래의 기억'이었음을 영화는 플래시백(어쩌면 플래시포워드)만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객들은 일일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영화를 다 볼 때쯤이면 '이 영화가 헵타포드의 방식대로 장면이 만들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거다. 영화를 관통하는 비선형적 시간을 관객으로 하여금 직접 감각하게 한 것이다. 

 

Arrival: 미래에 도착하다

 

▲ '컨택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

 

이제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익힘으로써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와 과거를 함께 산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미래로부터의 기억을 도움 삼아 현재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녀는 샹 장군과의 대화 도중 미래를 기억하고 그의 아내의 유언을 떠올린다. 이내 반역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샹 장군에게 전화를 걸어 미래에서 온 아내의 유언을 들려주며 전쟁 상황을 막는다. 미래에 대한 지각을 얻은 루이스는 인류를 구함과 함께, 딸의 죽음을 알면서도 이안과 함께하고 딸을 낳는 선택을 한다. 

 

루이스의 선택과 행동은 미래의 기억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루이스는 미래를 보면서도 미래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살면서 현재를 위해 '미래의 기억'을 이용하여 자신이 본 미래가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그렇게 자신이 본 미래에 도착(Arrival)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 '컨택트' 스틸컷.  © 유니버설픽쳐스

 

한나가 병 걸려 죽을 걸 알면서도 루이스는 이안에게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루이스의 선택은 미래를 알고 있음에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와 이별하고 어떻게 죽을지 알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미래를 자각한다면 그 미래는 당신의 기억 속에서 이미 일어난 일이므로 그대로 살아야 하는가? 혹은 이를 바꿀 필요는 없는가? 루이스를 보며 우리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떠오르는 대부분의 생각의 단상은 과거로부터의 후회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현재로서 존재하지만 과거와 미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히 후회와 걱정만 안고 살아갈 수는 없기 마련이다. 

 

살면서 맞는 수많은 선택의 과정에는 의외로 끝을 알고도 시작하는 일이 많다. 어차피 돌아올 걸 알지만 떠나는 여행, 또 상처받을 걸 알지만 시작하는 사랑, 고난과 역경이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도전해보는 꿈처럼 말이다. 우리의 삶이 그렇기에 <컨택트> 속 루이스의 선택은, 스포일러 가득한 인생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일을 시도해볼 용기,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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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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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2021.12.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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